열린토론방
어느덧 21세기 첫 10년이 저물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경제 위기의 한파로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또 어느 한 쪽에선 대규모 자연재해로 사람들이 쓰러져가고 있다. 아직도 지구 한 켠에선 전쟁의 포성이 멈추지 않으며 자본주의의 고질병인 약탈과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냉전이 끝나면 평화가 찾아오리라는 순진한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
그런데 이런 비참한 현실과 달리 한반도 북반부에 자리잡은 북한은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목표로 급성장하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자신들의 국력을 과시했으며 나아가 세계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한반도 평화체제는 냉전 해체를 넘어 냉전 종식을 의미한다.
세상의 변화를 정확히 읽는 사람만이 시대를 앞서갈 수 있다. 2010년대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는 시기다. 거대한 역사의 시계 앞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획연재 ‘2010년 세계정세를 전망한다 - 부제 : 시한부 자본주의와 역사 발전의 새로운 단계’를 발표한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자본주의
2. 용의 부상 동아시아의 도전
3. 한반도발 지각변동 : 냉전종식과 역사의 새로운 단계
1.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자본주의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 : 난치병인가 불치병인가
세계적 경제 위기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 경기 회복을 이야기하면서 각종 지표들을 제시하지만 그리 믿음이 가지 않는다. 경제 위기가 시작되면서 세계 각국은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경제 붕괴를 막는 재정확대 정책을 펼쳤으며 지금의 지표상 경기 호전 양상은 이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오히려 이로 인하여 자산 거품과 물가인상, 국가 재정위기 등 더 심각한 부작용이 잉태되었다. 지금 각국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출구전략은 경제 위기의 ‘출구’처럼 인식되지만 실상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며 그만큼 세계 경제에 위험 요소가 산적해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지금의 세계적 경제 위기는 2008년 말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파동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들면 결국 자본주의, 특히 현대 제국주의의 구조적 모순이 등장하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어떤 방식의 경기 부양책도 모르핀에 불과하며 치료약이 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동은 부동산에 투기자본이 과도하게 집중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 출발은 가깝게는 90년대 초부터 찾아볼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은 1990년대 초부터 인수합병(M&A) 및 해외직접투자 활성화를 통해 자본의 확장기를 열었다. 1985년~1992년 동안 500억 달러를 오르내리던 미국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1995년에만 1천억 달러에 이르고 1997년에는 1500억 달러를 넘겼으며 2001년에는 2500억 달러를 돌파하였다. 해외직접투자도 크게 늘어나 1993년 500억 달러가 1996년 1500억 달러, 1999년에는 2천억 달러를 넘겼다. 이러한 90년대를 미국의 10년 장기호황 기간이라 부르지만 실상은 거품을 키우는 시기였다.
거품의 실체는 바로 투기자본이다. 9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에 ‘제조업의 금융화’ 현상이 일어났는데 2000년에 이르러 금융자산이 유형자산을 능가하기 시작하였다. 이것도 부족해서 1999년 클린턴 대통령은 상업은행의 증권사 겸업을 인정하는 ‘그램-리치-블라일리법’에 서명하였고 이후 미국은 투자 은행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때맞춰 2000년에 90년대를 풍미하던 정보기술(IT)산업이 한계점에 다다르자 투기자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이른바 닷컴 거품 붕괴가 일어났고 새로운 투자처가 필요했던 투기자본들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넘쳐나는 과잉 자본이 담보가 불분명한 비우량 주택까지 대출을 해주면서 부동산 거품을 키웠고 역시 부동산 시장이 한계점에 다다르자 마침내 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동이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지금의 경제 위기는 근본적으로 투기자본의 과잉, 금융 산업의 과잉에서 비롯한다. 지금도 넘쳐나는 과잉 자본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헤매고 있다. 최근에는 금, 구리, 석유, 설탕 등 선물시장에 투기자본이 유입되면서 가격 폭등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가 상승은 산업자본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경제 위기를 부추기고 따라서 현 위기 극복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지금의 상황은 2차 세계대전 직전과 비슷하다. 더 이상 시장을 넓히지 못한(약탈할 식민지가 남지 않은) 탐욕스런 자본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과연 미국이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은 치료 불가능한 불치병이 아니라, 어렵지만 치료 가능한 난치병일까?
출구를 잃은 미국 자본주의 : 길 잃은 군대, 길 잃은 자본
2차 세계대전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룬 미국은 체질상 군산복합체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미국은 전쟁을 목말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차 세계대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제는 3차 세계대전이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핵보유국이 너무 많아 쉽사리 대규모 전쟁을 치를 수 없다. 그렇다면 중소규모의 전쟁이라도 계속 일으킬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미국이 고심 끝에 발명해낸 것이 바로 ‘테러와의 전쟁’이다.
테러집단은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한다. 아무리 제거하려 하여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기존의 정규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무기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 미군의 ‘신속기동군화’가 시작된 배경이다. 이처럼 새롭게 군비를 소비해야 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테러와의 전쟁’이야말로 미국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제창한 ‘테러와의 전쟁’은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새로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부정한 것이다. 물론 세계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일 뿐 여전히 ‘테러와의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일단 ‘테러와의 전쟁’이 실패한 전쟁임은 분명히 드러났다.
왜 ‘테러와의 전쟁’이 실패했을까? 바로 부정의한 전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과 이라크 침공은 명백한 약탈 전쟁이었다. 아프간은 천연가스, 이라크는 석유 때문에 미군의 잔인한 학살 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아프간과 이라크 민중들은 미국의 침략에 치열하고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으며 결코 미국의 지배를 용인하지 않고 있다. 세계 여론도 미국에서 돌아섰고 동맹국들도 하나 둘씩 전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미군들은 주민들의 저항으로 자신감을 잃고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대규모 추가 파병을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새로운 전쟁을 시작할 수 있을까?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미국이 전장을 확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올해 초 발표한 미국의 ‘4년 주기 국방검토 보고서’(QDR)에도 과거 2001년과 2006년 보고서와 달리 ‘미래 전쟁’에 대한 대비가 별로 없으며 핵심 목표도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제시하였다.
또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이란과 북한을 꼽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두 나라 모두 재래식 전력이 막강한데다 인공위성을 발사한 경험 -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를 암시한다 - 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증명했고 이란도 핵개발에 착수하여 핵무기 존재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지난 수 년~십 수 년 동안 미국은 이란과 북한에 대해 전쟁을 할 것처럼 떠들면서도 감히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 것이다.
더 이상 전쟁을 확대하기 어려운 미국 입장에서 출구는 자본의 해외 진출 확대밖에 없다. 한마디로 투기자본이라는 흡혈박쥐가 약소국들의 피를 빨아먹어야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90년대 경제 위기를 통해 이미 많은 나라들의 피를 빨아먹었기 때문에 더 비틀어 짜 봐야 나올 게 많지 않다. 비대해진 미국에게 수혈하기에 다른 나라들의 경제력은 이미 바닥상태다.
게다가 미국에게 당할 만큼 당한 나라들이 미국 중심의 경제 질서에 반기를 들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미국을 배재한 경제블록이 형성되고 있으며, 특히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데 불만을 품은 나라들이 이번 경제 위기를 계기로 새로운 기축통화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중국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인 SDR을 국제통화로 사용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지역 통화 창설 움직임도 활발하여 기존 유로화에 이어 중남미의 볼리바르동맹이 수크레(SUCRE)라는 공동통화 사용에 합의하였고 걸프협력회의(GCC)도 통화동맹 창설을 준비 중이다.
그렇다면 이제 미국에게 수혈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 대부분의 전문가는 중국을 꼽는다. 물론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1/4 수준에 불과하지만 당장 한 방울의 피라도 필요한 투기자본들이 찬 밥, 더운 밥 가릴 리 없다.
왜 중국이 답인가.
일단 서유럽은 이번 경제 위기를 통해서 밑천을 다 드러냈다. 미국 투기자본의 행태에 덩달아 춤을 추다가 심각한 타격을 당한 것이다. 먼저 아이슬란드가 파산한 데 이어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확대되면서 서유럽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경우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가 각각 115%, 113%에 달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들은 시가평가제 완화(시가평가제란 자산 가치를 시장 가격으로 평가하는 회계기준 제도. 주가가 폭락하면 기업이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회계장부에 기록되기에 이를 숨기기 위해 최근 각국은 이 제도를 완화하였다) 등을 통해 부실 규모를 감추고 있을 뿐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동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미국과 서유럽 국가에게서 막대한 자본을 유치하여 경제 성장을 이루어 왔다. 이들 국가는 이미 90년대 말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투기 자본들에게 뜯길 만큼 뜯겼으며 지금도 세계 경제 위기가 닥치자 국가 부도 위기에 빠지고 있다. 특히 발트3국(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와 우크라이나는 경제 불안이 심각하여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중이다.
일본 역시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선진국 가운데 가장 이중침체(더블 딥)에 빠지기 쉬운 나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경기침체형 물가하락을 공식 인정하여 디플레이션 위기에 노출됐음을 확인하였다. 일본은 이미 국내총생산액의 두 배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안고 있어 경기 부양에 큰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동아시아 국가들도 동유럽과 마찬가지로 이미 90년대 말 경제위기를 겪었고 투기 자본이 깊숙이 침투해있어 더 긁어갈 게 없는 상황이다. 그 밖에 아프리카는 아직 경제 규모가 작아 단기간에 이윤을 남길 수 없어 투기 자본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결국 남는 것은 몇 해 전부터 각광받는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밖에 없으며 이 가운데 가장 경제 규모가 크고 성장률도 큰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2008년 국내총생산액은 4조4016억 달러로 러시아(1조6766억 달러), 브라질(1조5728억 달러), 인도(1조2097억 달러)와 큰 차이가 난다. 또 2009년 경제성장률도 중국이 8.7%로 인도(5.4%), 브라질(-0.7%), 러시아(-7.5%)에 비해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한폭탄을 안은 중국 : 중국발 대공황은 일어나는가
미국의 투기자본이 다른 나라들을 약탈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일단 그 나라의 투자 장벽을 낮춘 다음 몰려 들어가 자산 거품을 만들고 막대한 차익을 남긴 다음 철수하는 것이다. 이런 징조가 이미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2001년 WTO 가입을 시작으로 중국은 갈수록 투자 장벽을 허물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도 급증하였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전년동기 대비 103% 증가한 121억4천 달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외국인 투자 속에는 투기자본도 상당부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6월 28일 이코노미스트지는 2008년 4~5월에만 2천억 달러 상당의 투기자본이 중국에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한국은행 베이징 사무소 보고서도 2009년 9월 말 약 2천억 달러가 중국에 들어간 투기자본으로 추정했다. 또 2009년 11월 25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금융위기와 중국경제의 향방’이란 설명회에서 ‘화폐전쟁’의 저자 송홍병 원장은 4~5천억 달러를 투기자본으로 추정했다.
투기자본의 유입과 중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중국의 자산 거품도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은 2009년 11월 70개 중소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2008년 7월 이후 최대 폭인 5.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009년 1~10월 중국 전역의 부동산 판매 규모도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6억6370만 제곱미터에 달한다. 또 작년 한 해 대출액이 GDP(약 5조 달러)의 30%인 약 1조5천억 달러에 달해 자산 거품이 심각하다.
이런 이유로 중국 경제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출구전략을 시작하여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미국에서 저금리로 조달된 자금으로 중국에 투자했던 이른바 달러화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가 위축되고 중국에 유입된 투기자본이 미국 금융기관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2차 세계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 중국인민은행 경제자문이자 국립경제조사연구소 소장인 판강씨도 투기 자금 유입으로 중국 경제가 부동산, 주가 거품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다음 번 금융 위기는 아시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중국도 이를 잘 알기에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2009년 하반기에만도 중국은 미국과 여러 차례 무역 분쟁을 벌였다. ▲9월 11일 미국, 중국산 타이어 세이프가드 발동 ▲9월 12일 중국, 미국산 쇠고기 등 불공정무역행위 조사 착수 ▲10월 2일 중국, 미국산 화학제품 반덤핑 관세 부과 ▲11월 24일 미국, 중국산 철강파이프 상계관세 부과 ▲12월 10일 중국, 바이아메리칸정책 관련 미국산 철강 반덤핑 관세 부과 ▲12월 29일 미국, 중국산 강철격자 반덤핑 예비판정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서도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움직임이 전해지자 중국이 위성 요격 시험을 강행하면서 긴장이 고조되었고, 구글의 이메일 검열 논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 보복 관세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었다. 또 오바마 미 대통령이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면담하면서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과 미국의 대결은 서로에게 매우 까다로운 싸움이다. 중국의 강력한 무기 가운데 하나는 미국 채권이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 1조 달러 이상의 미국 국공채를 갖고 있다. 올 초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계획이 나오자 중국 장교들이 미국 채권 매각을 주장할 정도로 중국의 미국 채권 매각은 미국에 위협이 된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하여 미국채 보유국 1위 자리를 일본에게 내줬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중국의 채권 매각을 견디지 못하고 지불 불가를 선포한다면 중국이 가진 1조 달러의 채권은 휴지조각이 되고 중국도 큰 타격을 면치 못한다. 이처럼 중국과 미국은 서로의 다리를 줄로 묶은 채 외나무다리에서 싸움을 벌여야 하는 형국이다.
일단 중국은 거품 붕괴의 위험을 막기 위해 투기자본의 유입을 제어하려 할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 중국은 부동산 관련 세금을 계속 인상하고 있으며, 토지를 사들인 뒤 방치하면 거액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부동산 대출 심사를 강화하기로 하는 등 부동산 거품 차단에 나서고 있다. 또한 국채금리를 인상하고, 3번째 주택을 구입할 경우 받는 주택담보대출인 3차 모기지의 금리를 인상하도록 지시했으며, 은행감독관리위원회를 통해 자본규정을 이행하지 못한 은행들의 대출 제한을 지시하고, 시중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하여 통화량 축소와 대출 억제를 유도하였다. 중국은 이런 조치가 효과를 보지 못하면 더 강력한 조치들도 예고하고 있다.
만약 중국의 투기자본 제어가 성공한다면 투기자본들은 다른 출로를 찾아 헤매야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 외에는 지금처럼 비대해진 과잉 투기자본을 흡수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결국 갈 길 잃은 투기자본으로 인한 공황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투기자본 유입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IMF 사태 당시 동아시아 국가들처럼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것이다. 당시 한국이 당한 일을 되돌아보자. 투자제한이 사라지면서 투기자본들이 몰려들어 사기업은 물론 국가 기간산업까지 차지하고 각종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린 다음 매각하면서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이로 인해 한국은 엄청난 손해를 보았으며 원래부터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가 철저히 미국의 영향 아래 들어갔다. 그 결과 미국발 금융 위기가 닥치자 나라 경제 전체가 파산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만약 중국도 투기자본에 의해 거덜 난다면 중국 경제의 붕괴와 함께 2차 금융 공황이 시작될 것이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던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붕괴 가능성이 높다. 그 전에 과연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국가들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각국의 재정지출로 파국을 미루고 있지만 결국 2008년 폭발한 경제 위기는 얼마 가지 않아 대 파국으로 갈 가능성이 높고 자본주의는 붕괴 위협에 직면할 것이다. 이제 자본주의는 아직 치료법을 찾지 못한 고질병으로 인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