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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노동자
[봄비 내리는 날]을 읽고 - 김형수0
2008-02-29 17:01:41교선문화실357
<봄비 내리는 날>을 읽고 - 김형수

식민지시대, 가난한 우리 민중들이 겪어야 하는 삶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소설로 유명한 「운수 좋은 날」이 있다. 돈이 없어 굶주리고 병든 아내를 둔 주인공의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당대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고, 운이 최고로 좋아 돈도 벌고 아내가 좋아하는 설렁탕까지 사들고 집에 들어가는 순간 아내의 죽음을 알게 된다. ‘운수좋은 날’이란 표현은 불행하기 짝이 없는 주인공의 일상과 극명하게 대치하여 그 비극성을 극도로 강조하는 문학적 장치이다.
「운수 좋은 날」이 일제시대 우리 민중의 삶을 반영하는 소설이라면, 「봄비 내리는 날」은 90년대를 살아가는 노동자, 집 없는 사람들의 서러운 삶을 표현한 소설이다. 운수좋은 날의 주인공이 실제로는 운수가 좋지 않은 것처럼 ‘봄비 내리는 날’ 역시 창 밖을 바라보며 옛사랑을 회고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거나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우리가 봄비를 느끼며 감상에 빠지고, 파전에 소주를 생각할 때에도 누군가는 산재를 당하고, 누군가는 정리해고당하고, 누구는 비정규직이 되고, 또 누구는 월급이 떼이는 것이 노동자의 처지라 할때 「봄비 내리는 날」은 노동자의 현실을 화가 나도록 정직하게 반영하고 있다.
좁은 골목을 따라 판자촌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거기엔 공장에 다니거나 노가다를 하는 등 품팔아 살아가는 빈민들이 살아가고, 재개발이 되면서 판자촌을 철거시키는 시공간적 배경을 깔고 소설은 전개된다. 주인공은 프레스공장에 다니는 강대식과 만석이다. 강대식은 프레스에 싹둑 손이 날아가버리고, 어렵게 회사에서 받아낸 합의금 500만원은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는 탓에 전세금으로 날아간다. 작가는 한 손이 없어 일을 하려 해도 일할 수 없는 절망에 빠진 대식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사십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왔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생애를 고통스럽게 마감했다. (중략) 오로지 열심히 일을 해왔을 뿐이다. 모든 유혹과 갈등과 고통을 이겨내며 노예처럼 공장에서 일해왔을 뿐이다. 그것이 나의 인생이었다. 그러나 지금 남은 것은 무엇인가. 전세방 하나? 그것도 손목까지 바쳐서? 결국 이것이었던가. 내 삶의 값어치는 결국 전세방 한 칸이었더란 말인가.”
판자촌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만석은 100만원이 없어 입주권을 포기한다. 돈 100만원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보지만 결국은 포기하게 되는 만석과 만삭인 그의 아내. 집 없이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한과 설움, 세상을 향한 분노가 절절하게 느껴졌다.
국민의 5%에 불과한 재벌들이 전국토의 65%를 소유하고, 8개 재벌이 소유한 골프장 면적이 전국 택지의 45%를 차지하는 나라... 땅투기 공화국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은 「봄비 내리는 날」뿐 아니라 2000년대를 살아가는 오늘에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내각인 장관들의 평균 재산이 39억이라 하고, 어떤 장관 후보는 3년에 45건이나 되는 부동산 거래를 했다 한다. 집없는 사람의 설움을 그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돈이 돈을 버는 게 이놈의 세상 아닙디꺼. 없는 놈만 죽어라 죽어라 하고, 있는 놈은 우리 같은 놈들이 쌔빠지게 일한 거 싸그리 가져가고. 전세값만 하더라도 그렇지. 재벌들이 공장에다 투자하는 대신 땅투기다 무슨 투기다 해서 돈을 챙길 때 우리 같은 놈들은 오른 전세값 구하려고 피눈물 쏟고...”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절망적인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나는 어떤 노력을 보태야될까? 봄비 내리는 날, 가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 강대식씨를 보며 안타까움과 연민이 느껴진다. 천금만큼 귀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 노동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잘 살수 있는 사회를 꼭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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