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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노동자
[소금꽃나무]를 읽고 - 오민택0
2008-04-10 09:35:04교선문화실426
소금꽃은 해방꽃이다.
-김진숙의 “소금꽃나무”를 읽고-
오 민 택

3년 전, 김진숙이라는 이름을 들었었다.
소위 말하는 운동판에 뛰어든 지 5년여, 늦은 나이에 뛰어든만큼 욕심 또한 많았다. 나이 어린 선배들이 얘기하던 알 수 없던 용어들을 알고자 때로는 묻고, 때로는 책이나 자료들을 통해 이해하고......
그러던 어느 해, 아마도 김진숙이라는 이름을 들었던 무렵이었을게다.
꽃다지2, 그 노래가 어찌나 좋던지 긴 가사를 줄줄 외우고 자기소개를 하고 인사를 겸해 노래를 부를 때는 망설이지 않고 불렀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의문 하나,
‘굳게 움켜쥘 꽃병의 기름, 너에게 주마’하는 끝부분의 노랫말에서 ‘꽃병의 기름이라니? 꽃병에는 물을 부어야 하는데 왜 기름이지?’하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기 짝이 없는 의문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꽤나 심각하게 생각해서 화성까지 올라가는 차 안에서 내내 생각했었다.
끝내 옆자리에 앉았던 나이 어린 선배에게 그 뜻을 묻고야 말았다.
‘아이고 성님, 그 꽃병이 그 꽃병이다요.’하며 어찌나 웃던지 묻는 내가 무안할 정도였다.
한바탕 웃고 나서 설명을 해준 그 뜻에 ‘아하! 그렇구나, 그런 뜻이 있었구나.’하며 그 절묘한 형상화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었다.

“소금꽃나무”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 ‘“소금꽃”은 알겠는데 도대체 “소금꽃나무”라니?’하는 의문이 3년 전처럼 불쑥 솟구친다.
도통 알지 못할 제목의 의문을 잠시 접어두고 저자를 보니 “김진숙”이다.
나이 어린 선배가 “진숙이누나”하던 그 김진숙이다.
‘어디 무슨 얘기를 썼나 보자.’하는 생각으로 책을 펴든다. 이미 제목에 대한 의문은 저자가 가진, 저자가 얘기하고자 한 속삭임에 사그러들었다.
책을 펴들고 절반쯤을 읽어나가자 내 생각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을 마저 읽은 이틀.
주야 맞교대 근무하는 야간근무조에, 차를 조립해가며 2분 3분 발생하는 자투리 시간에 성급히 읽었던 책은 이틀만에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삶이었다.

배가 오랫동안의 조업을 마치고 부산에 입항을 하게 되면 필히 거쳐야 하는 선박 수리를 위해 드나들었던 조선소의 도크.
거기서 바라보면 한진중공업의 마크가 새겨진 크레인이 커다랗게 보였었다.
레일 위를 천천히 굴러가던 크레인이 장관이었다.
수리를 마치고 바다에 배를 띄우기 위해 도크에 물을 담기 시작하면 천천히 떠오르던 배 또한 장관이었다.
그저 아무 것도 몰랐던 그때는 장관이었다.
크레인에서 노동자가 죽고, 도크에서 죽고 노동자들이 그렇게 죽어간 것을 몰랐던 그때는 장관이었다.
그리고, 노동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는 근래에 또 노동자가 죽어간다.
그렇게도 장관이었던 그 장소에서......

“소금꽃나무”는 노동자였다.
그저 땀흘려서 피어나는 형상이 아니라, 땀흘려 피워내는 본질이었다.
봉제공장 ‘시다’로부터 조선소 ‘땜쟁이’까지, 영도 조선소의 ‘도시락투쟁’부터 부산 지하철의 ‘부지매투쟁’까지 한 순간도 소금꽃을 피우는 소금꽃나무로서의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은 저자의 계절 없는 부지런함에 막연한 존경심까지 생긴다.
박창수열사로부터 김동윤열사까지 “소금꽃나무”에 등장하는 그 어느 노동자가 노동자임을 잊은 적이 있던가.
어쩌면 저자는 스스로 밝힌 그들에 대한 부채감 때문에 그렇게도 부지런히 소금꽃을 피웠는지도 모르겠다.

이 땅의 노동자라면 누구 하나 소금꽃을 피워보지 않은 이 있을까.
이 땅의 노동자라면 누구 하나 소금꽃나무가 되어 보지 않은 이 있을까.
토양이 척박할수록 더욱 환하게 피어나는 소금꽃.
크기보다, 연륜보다 의지와 실천에 따라 튼실해져가는 소금꽃나무.

“소금꽃나무”는 노동자였다.
제 아무리 휘황한 언어일지라도 다 표현하지는 못할 노동자였다.
그런 노동자를 저자는 가슴에서 끄집어낸 것이다.
기억 저편의 가물거리는 지난 일들을 머리 싸매가며 떠올린 것이 아니라, 가슴을 통째로 도려내어 글로 형상화 한 것이다.
이런 책 앞에서 오만하게 쳐들었던 내 사고의 낮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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