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차 시국선언(6/18) 관련 전교조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한 가운데 전교조가 2차 시국선언문 발표를 강행할 태세여서 ‘정면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전교조의 분위기가 탄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노동과세계가 10일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압수수색, 정부 위기감 '빌미' 찾은 것”

8MIL_2041.jpg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진후 위원장.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이 이전 정부 때와 비교해 볼 때 확연히 다른 것 같다. 
 

= 이전의 정부에서도 사실상 교육의 시장화 정책이 도입돼 왔다. 지난 십년 정부에 있어서는 공교육에 대해 최소한의 규제 정도는 있어왔다. 문제는 있었지만 공교육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조금 덜했다는 뜻이다. 지금은 최소한의 각종 규제들마저도 없애버리는 양상이다. 교육 자체가 통제 불능의 상태로 빠져든 셈이다. 그 틈을 비집고 공교육을 받쳐 준 평준화문제, 서열화 금지, 기여입학제 문제 등이 근본적으로 흔들려버렸다. 공교육이 발붙일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와해됐다.  

경쟁만능 조장도 문제다. 일제고사 도입이 대표적인 예다. 모든 학생이 서열화되고 있다. 경쟁구도가 학교 안에서 강화되고 있다. 사교육비 절반이 아니라 두 배가 들게 되고 학교 만족도는 도리어 줄어들고 있다. 또 이 정부는 특정 계층만을 위한 교육정책을 아무 거리낌 없이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 영어몰입교육, 국제학교 내국인 비율 대폭 확대 등이 그 예다. 자율형 사립고를 만들어 등록금 책정에 대한 자율권과 교육편성권을 주겠다는 것도 특권층을 위한 것이다. 등록금 책정권을 3배 이내에서 한다고 하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고등학교 등록금 천만원 시대가 예견되고 있다. 교육과정 편성권과 자율권은 학교 나름대로 해보라고 준 것인데 지금 편성권은 대학입시를 위한 편성권에 지나지 않는다. 전인교육은 다 무너지고 있다. 교육비 천만원도 부족해 고액 학원까지 다니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학비 천만원을 내고 다닐 층은 누구일까. 결국 특권층일 수밖에 없다.  

다양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문제다. 좋은 말로 학교를 다양화하겠다는 것인데, 학교 교육이 지금은 입시학교 정도다. 다양성 주장에는 특수한 목적의 학교를 만드는 명분으로 작용한다. 일반 학생들을 위한 학교는 설 자리가 없다. 외고, 자사고, 영재고 등 서울에 들어설 30개 외에 나머지 학교는 다 슬럼화 되고 말 것이다.  

- 정부가 자사고 100개를, 그 중에서도 30개를 서울에서 만들려고 한다.  

= 시도교육청 1차 심의에서 서울이 33개 신청했다가 3개 철회해 30개가 선정됐다. 자사고를 100개 만들겠다고 했지만 현재 신청개수가 미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발표된 기준을 맞춘 학교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의기준이 무엇인지 심의위원이 누구인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밀실 심의일 뿐이다. 인천의 경우 신청학교가 없는데도 한 개가 발표됐다. 교육부가 억지로 한 것이다. 말 그대로 자율형이 아니라는 얘기다.  

자사고대응공동행동(전교조 포함 교육관련 단체)에서 일주일에 3번 길거리교실을 열고 있다. 저녁6시반 자사고 관련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문제점에 대한 홍보 중에 있다. 서울지부가 대상학교 30개 관련단체와 함께 교육청에서 계속 농성 중에 있다. 오늘(7/10) 아침부터는 단체들이 1인 단식으로 교육부 앞에서 대응하고 있다.  

  - 1차 시국선언(6/18)으로 초유의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2MIL_2226.jpg  
"공무원 사회마저도 시국선언이 이루어진다면 이 정부 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에서 열린 '노동과세계'
인터뷰에서 정진후 위원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 압수수색은 탄압이다. 탄압을 하겠다는 것은 반사이익 때문이다. 지금 이 정부 교육정책에 대해서 아무도 안 믿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자기 딸도 안 믿는다고 언급되고 있을 정도다. 결국 줄기차고 거세게 비판해온 전교조로 향한 것이다. 사실 교사들은 국민들이 입에 담고 있는 것을 선언한 것뿐이다.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좋든 싫든 일선 행정관청 공무원들을 의식한 것 같다. 공무원 사회마저도 시국선언이 이루어진다면 이 정부 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분야에서 선언이 이루어진 만큼 그냥 가만히 있다간 제2 촛불 정국과 같은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압수수색 당시 당직자들이 사무실에 있었는데, 병력 300명이 에워쌌고 조사관 50명이 대동됐다. 근무자 1명당 1명씩 배치돼 일괄적인 지휘를 받은 것이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시국선언 대상으로 돼 있지만 2001년 이후 자료 9년치 자료를 몽땅 가져갔다. 교사 개인 논문, 수첩까지도 가져갔다. 영장 명목에는 정당 관련 정치활동이 적시돼 있다. 정당과 전교조 사이에 오고간 공문, 문서 등을 억지로 찾아서 간 느낌이다. 전교조가 정치집단처럼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갖고 자신들의 부족한 논리를 정당화시키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 2차 시국선언이 예정돼 있으면서 정면충돌 양상을 보인다.  

= 1차 선언은 용산, 쌍용차, 비정규직 문제 등을 바라보면서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서 나왔다. 그런데 나가자마자 교과부가 탄압을 이야기하고 전원 징계를 언급하면서 2차 선언은 1만 명에서 1만7천 명으로 급속히 불어났다. 서울역 집회(7/5)도 천명이 예상됐는데 2천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게 국민정서이고 교사들의 최근 분위기다. 말이 안 되는 (탄압)행위에 대해 말하고 싶고 나가야 한다는 의지표출이 동력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2차 선언이 힘든 측면도 있지만 의외로 대중들이 결연하고 지혜롭게 돌파할 것으로 믿게 되는 이유다.  

전국 지회별로 매주 목요일 가장 중요한 지역에 한 시간 정도만 일인시위와 선전전을 하라고 했다. 사진 올라오는 것을 보면 대단한 열정이 보인다. 다음 주엔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지회장들도 분회를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다. 이런 열기를 보면 전교조 활동가들이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2차 선언의 의미는 굴하지 않는 의지일 것이다. 탄압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징계논의가 일체 거론되지 않는 것도 이의 반영이다.  

- 전교조가 지난 서울역 집회 때 단 몇 시간 동안 쌍용차 투쟁지원을 위한 모금액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서울역 분회장 집회(7/5) 때 쌍용차투쟁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다가 십시일반 투쟁기금을 모아보자 했는데 1350만원이 걷혔다. 대단한 액수다. 그만큼 전교조 교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려고 한다. 시, 공간적으로 함께 투쟁하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는 데 아쉽다. 조건과 한계가 분명하다. 지역 연대 단위에서 선언에 맞춰 집회에 최대한 결합하려고 한다. 당시 서울역 집회가 끝나고 쌍용차 해고노동자 부인이 낭독한 글을 홈피에 올려 달라는 주문이 아우성이었다. 모금등 지원을 위해 전파하고 싶다는 얘기다. 집회 끝나고 나서 외부인사의 글을 요청받은 적은 처음이다. 이런 부분들이 연대의 정신을 강화하는 데 큰 힘이 된다. 사실 선언의 내용 자체도 그런 내용들이다. 한계 내에서 연대를 할 것은 하겠다. 

- 자사고 문제 관련 ‘길거리교실’이 전교조만의 새로운 집회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7MIL_1981.jpg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진후 위원장.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 길거리교실 논란이 있다. 과연 될 거냐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기대란 수백, 수천 단위가 모이는 것을 상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독려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몇 명이 됐건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유인물 한 장 나눠주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잠시 듣더라도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들려주는 ‘메시지 운동’이 필요하다. 발전적 모색이라면 실패도 의미 있다. 준비과정에서 의미 있는 장소를 선정하고 사전에 준비만 잘하면 좋은 사업이 될 것이다. 다른 단위에도 권하고 싶다. 목청으로만 따라오라는 것은 안 된다. 
 

차분하게 시민들 속에서 그냥 수업하듯이 얘기를 하는 것이다. 길거리교실에서 한 초빙강사는 자신의 자녀 얘기를 했다. 자율형 사립고로 연결해가는 얘기들로 이어졌다. 의미전달이 자연스럽고 좋았다. 이는 실패가 아니다. 성공으로 가는 길이다. 평가를 통해 이후 사업에 반영하고 싶다. 지자체 선거에서 이런 운동 방식이 유효할 것이다. ‘사랑방 좌담회’ 같은 것을 많이 하면 좋겠지만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도 필요하다. 굳이 외부 강사들 말고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얘기하게 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 광장을 곳곳에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운동의 방식이라고 본다.  

-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  

= 전교조가 여러 모로 부끄럽다. 당장 같이 싸우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있지만 전교조 부문의 역할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본다. 비록 부족하지만 그렇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믿어줬으면 한다. 앞에서 강고하게 싸우는 것보다 사실 뒤에서 더 힘들 때도 있다. 서로 격려하는 것이 됐으면 한다.  

정부가 노조 전임간부 88명 고소고발에 대해 총연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전임자로 와서 활동한 것 자체가 고발이 된 것은 사실 중요하고도 엄청난 사건이다. 세계 교원단체나 ILO에서도 반대의 공문을 보내왔다. 전교조에서 뚫리게 되면 다른 조직에서도 연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온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바로잡아야 한다. 


6MIL_1909.jpg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진후 위원장.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강상철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