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새로운 공돌이 공순이 “비정규노동자”

대우조선 비정규 사내하청 노동자의 현실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도 비정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희망없는 절망의 구렁텅이로의 시작이다. 현대판 노비문서나 다름없는 낙인 “비정규 노동자”

자본은 우리들을 일회용품, 소모품 정도로 생각한다.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고, 저항을 조직하려고 하면 초기에 싹을 잘라 버린다. 정규직 절반이하의 저임금 속에 잔업과 특근을 밥먹듯이 해야 하고, 1달에 400시간 이상을 거뜬히 해치워야 한다.

휴일날 가족과 나들이 한번 제대로 갈 시간도 없이 내 몸뚱아리 돌볼 겨를이 없다. 내 몸을 장시간 노동에 혹사 시켜야만 근근히 자식 교육시키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 비정규 사내하청 근무 5년차, 아직 한참 일할 나이에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날씨만 궃으면 싹신이 쑤시고 저려온다. 마누라와 잠자리도 제대로 하기 힘들만큼 고단하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페인트냄새 맡아가며 쇳가루 먹어가며 숨이 턱턱 막히는 밀폐구역에서 우주복을 연상하는 보호장구를 뒤집어쓰고, 이 추운 겨울에도 비오듯 띰을 흘리며 매캐한 용접불꽃 속에서 힘겹게 노동하고 있다.

한해 7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철판에 깔려죽고, 떨어져죽고, 햇볕 한줌 없는 밀폐구역 유독가스에 방치되어 몽롱한 상태로 질식사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하청노동자에게 지켜지지 않은 지 오래다. 내일 특근해 하면 그걸로 끝이다. 이를 거부할 수 있는 환경이 못된다. 자유롭게 쉬고 싶어도 당당하게 주장하지 못한다. 87년 이전의 공돌이 공순이가 지금의 대우조선 비정규 사내하청 노동자의 현실이다.

하청노동자의 저항을 조직하다

그래서 저항한다. 인간답게 살고싶다고, 정규직 노동자처럼 권리를 주장하고 임금인상도 요구하고 노동자로서의 당당함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다고. 대우조선 1만 7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대우조선 비정규노동조합 결성을 목표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하노위)”를 조직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예외없이 해고였다. 원청의 직접 개입에 의해 위장폐업으로 하노위 의장 등 3명이 길거리로 쫒겨났고, 하노위 회원 색출작업이 벌어졌다. 하노위를 지켜내고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한 지 어언 7개월. 비정규노동자에게 해고는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살인행위임을 실감하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공돌이 공순이가 된 “비정규 노동자”. 그들의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내가 저항하고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강병재/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