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해고 중단을 촉구하며 잔업을 거부하고 나섰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18명 해고를 막기 위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아름다운 연대다.

현대차 전주공장 버스부, 트럭부, 엔진부 등에 속한 정규직 노동자 3,500여 명은 지난 5일 주야 2시간씩 잔업을 거부했다. 잔업․특근 수당을 받지 못하면 실질임금이 상당부분 깎일 수밖에 없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은 흔쾌히 이를 포기하고 비정규직투쟁 연대에 동의했다.

잔업을 거부한 날 점심시간을 기해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정규직들도 나서서 농성천막을 쳤다. 회사 관리자들이 나와 천막을 치지 못하게 하려고 폭력을 휘둘렀지만 정규직-비정규직이 함께 온몸으로 맞섰다.

특히 지난 2일부터 잔업을 거부해 온 버스부 소속 노동자 1,200여 명은 주말인 6~7일 특근까지 거부했다. 잔업과 특근수당 40만원을 받지 않으며 비정규직 투쟁에 함께 한 것이다.

현대차 전주공장 노동자들 투쟁은 회사가 지난달 23일 버스부 노사협의에서 사내하청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18명에 대해 계약해지 계획을 밝히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유는 지난해 판매가 부진해 물량이 줄었다는 것.

회사는 고속버스를 하루 8대 생산하던 것을 6대로 줄이고, 정규직 42명과 비정규직 18명을 생산라인에서 빼겠다고 통보했다. 다음날부터 비정규직지회가 출근투쟁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2일부터 정규직노조인 현대차지부 전주위원회가 투쟁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해고사태가 불거진 버스부에서는 2일부터 매일 2시간씩 잔업을 거부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면 즉각 월급봉투 두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2시간 잔업을 거부하면 2만원 정도, 주말 특근을 못하면 40만원 정도 손해를 입게 된다. 하지만 현대차 전주공장 버스부는 2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2~5일 나흘 동안의 잔업과 6~7일 특근까지 거부할 것을 결정하고 실제 단체행동을 벌임으로써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를 실천했다.

회사는 애초 “생산량을 줄여도 해고는 안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고가 용이한 비정규직만 골라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생존권을 박탈한 것이다. 버스생산라인에서 빠진 정규직 노동자 42명에게는 다른 일감을 줬지만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계약해지를 통보했던 것이다.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체행동을 벌일 줄을 회사는 예상치 못했던 것일까? 정규직 노조가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겠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하자 사측은 2일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3개월 유예’를 제안했다. 비정규직 해고를 3개월 늦추겠다는 노조는 거부했다.

현대차는 이틀 뒤인 4일 다시 안을 내놨다. “일단 계약을 해지한 후 단기계약직으로 재고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정규직노조는 5일 소식지를 통해 이 제안에 대해서도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언제든지 해고하겠다는 안에 불과하니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전향적 안을 내놓으라”고 현대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는 촉구하고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는 출근투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비정규직지회는 오는 11일 전체 중식집회를 갖는 한편 오는 12일 현대-기아차 주주총회에도 금속노조와 함께 참석해 전주공장 비정규직 해고 사태를 규탄하는 등 회사를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전주공장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위해 잔업․특근을 거부하고 연대투쟁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의 연대단체들도 출투에 결합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는 5일 ‘위원회소식’을 통해 “비정규직 정리해고는 남의 일이 아니”라며 투쟁을 선언했다. 위원회의 한 간부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들도 같은 공장,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고, 우리처럼 처자식을 부양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노동자들이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잔업 거부와 같은 단체행동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늘 겪을 수밖에 없는 고용불안 문제가 언젠가는 정규직에게도 닥칠 모두의 문제인 만큼 이같은 연대는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 간 한국 경제 큰 맥을 쥐고 흔들던 자동차산업이 사실상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으며 이는 생산물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 확연하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도 일부 차종의 단종 등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 해고가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해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 칼날을 휘두를 것이 자명하다. 2008년 말 시작된 경제위기 이후 현대자동차에서는 소리 소문 없이 1,000여 명에 가까운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쫓겨났다.

현대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 강만석 부의장은 “18명 중 단 1명도 전주공장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 고용보장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