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근로계약이 없어도 실질적인 지배력과 개입력을 가진 원청회사라면 사용자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청업체 폐업이라는 방식을 통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법적 책임을 회피해왔던 원청회사 사용자들의 행위에 제동을 거는 핵심적인 판결이다.
3월 25일 대법원 특별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에 대하여 하청업체 폐업이라는 방식으로 사업장에서 배제(해고)한 것은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지배개입 행위로 부당노동행위이고, 원청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사용자로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했다면 그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여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003년 8월 사내하청노조가 출범하자 곧바로 하청업체 일괄 폐업 방식으로 하청업체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을 집단해고(사업장 배제)했다.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은 하청업체의 폐업과 조합원들에 대한 해고는 원청사인 현대중공업이 지배 개입하여 이루어진 것이라 주장하며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원청사업주인 현대중공업이 하청 노동자나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합과 관계에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현대중공업이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한 노조간부들과 조합원들이 속해 있던 하청업체들을 폐업시키는 방법으로 하청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킨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기존 대법원 판례의 경향과 달리 이번에 대법원은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회사도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근로관계상의 여러 이익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이 있다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 사용자이므로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여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있어서 획기적인 판결을 한 것이다.
또 원청 사업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대하여는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에 대하여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는 의미도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원청 사업주가 단체교섭 의무나, 부당노동행위의 책임을 지는 것뿐만 아니라, 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이 근로를 제공하는 원청 사업주의 사업장내에서 일상적인 노조활동 및 쟁의활동을 하는 것도 당연히 허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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